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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1-09 14:11
귀농·귀촌, 아는게 약(21)선배 귀농인에 과도한 기대는 금물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6,033  

땅 구입, 직접 마을에서 살다가 선배 귀농인 조언 듣고 판단을

 


언젠가부터 필자는 2~3명의 귀농인들을 같이 만나야 할 때 함께 자리를 해도 되는지 각자에게 먼저 양해를 구하곤 한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새내기와 선배 귀농인 사이로 어려움을 나누던 돈독한 관계가 몇개월 사이에 만나기를 꺼려할 정도로 틀어지는 일이 종종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누구누구와 같이 만나도 되는지 눈치를 살피는 일이 버릇처럼 됐다.

선배 귀농인은 새내기 귀농인이 자기처럼 여러 어려움을 겪을 걸 알기에 바쁜 농사철에도 달려가 도움을 줬다. 새내기 귀농인은 낯선 곳에서 도움받을 사람이 있으니 또 얼마나 고맙겠는가. 그런데 이런 관계가 1년도 못 가 틀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가 예비 귀농인들에게 강의할 때 종종 이야기하는 게 있다. 바로 선배 귀농인에게 과도한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도시와는 환경이 전혀 다른 시골로 가면 유독 의지하는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다. 아무 기반이 없는 시골로 삶의 터전을 옮겼으니 오죽 막막하겠는가. 선배 귀농인도 그 심정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기에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기대와 바람은 관계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귀농인들끼리 관계가 악화되는 원인 중에는 땅과 관련된 부분이 크다. 4~5년차 귀농인이 마을에 좋은 땅이 나왔다며 귀농을 준비하는 지인에게 정보를 준다. 평소 귀농을 준비하던 지인은 그 땅을 사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그 귀농인을 너무 믿은 나머지 땅을 자세히 살펴보지도 않고 덜컥 구입한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한두푼 하는 땅도 아닌데 어떻게 보지도 않고 사느냐’고 의아해하겠지만 실제 이런 사례가 빈번하다.

물론 이렇게 땅이 매매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사정들이 있다. 그 땅을 소개해준 귀농인은 정말 좋은 땅이거나 혹은 잘 나오지 않는 귀한 매물이라고 생각해 마을에 들어오려는 지인에게 얼른 사놓고보라는 조언을 한다. 맞는 말이다. 마을에서 오랫동안 살고 있는 주민들의 땅들이 가장 좋다. 이런 땅들은 외지의 지인에게는 차례가 오지 않는다. 당연히 마을 사람들끼리, 혹은 친척끼리 먼저 매매가 이뤄진다. 이같은 사정을 감안한 선배 귀농인은 드문 기회라 여겨 지인에게 얼른 사라고 권유한 것이다.

그렇지만 그 지인이 마을 내부 사정을 알 리 없다. 막상 귀농해서 사놓은 땅을 보니 단점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나중엔 ‘어떻게 이런 땅을 나에게 소개시켜줬는가’ 하는 생각에 선배 귀농인에 대한 원망만 쌓인다. 선배 귀농인도 기껏 신경 써줬는데 원망만 들으니 속이 상한다. 나중에는 서로 관계가 틀어져서 회복불능이 되고 만다.

시골에서는 부동산 중개인보다 그 땅에 적당한 마을 주민에게 먼저 땅을 소개시켜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농사짓기 적합한 양질의 땅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래서 도시에 살면서 인터넷에 나오는 매물들을 찾아보면 대체로 좋지 않다. 마을에서 팔리지 않아 외부로 나온 매물이기 십상이다.

얼마 전 이런 경우도 있었다. 필자가 아는 후배를 우연히 만나 그가 살 집을 소개받으러 같이 갔다. 빌리는 것이지만 꽤 괜찮은 골격을 가진 집이었고 대문을 나서면 논과 밭이 바로 딸려 있었다. “만약 내가 이 집을 소개받는다면 당장 계약하겠다”고 말했더니 후배도 “그러겠다”며 계약을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대로 결국 계약하지 못했다. 너무 조건이 좋은 집이라 아껴뒀다가 나중에 마을 주민에게 연결해주자고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선배 귀농인이 소개해주는 땅은 그 나름대로 최선의 이유가 있다. 그래도 선배와 갈등이 생기지 않으려면 마을에 들어가기 전에 땅부터 사지 말기를 바란다. 마을에서 살다가 매물이 나오면 선배 귀농인의 조언을 얻고 충분히 고민한 후에 장만해도 늦지 않다. 선배 귀농인에게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선배가 됐을 때 자신을 원망하는 후배 귀농인을 만날지도 모른다.

박호진<전 전국귀농운동본부 사무처장>


< 출처 : 농민신문 >